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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곳으로 물러가
글쓴이 : 담임목사 날짜 : 2013-10-27 (일) 00:52 조회 : 1332
 

졸업한지도 이십년이 지났습니다만, 신학교에 입학해서 처음 경험한 것들이 무척 생소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낯선 것이 사전에도 없는 퇴수회(退修會)라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풀어보면, “뒤로 물러나서 닦음”이라고 할 수 있는 삼박사일의 영성 수련회였습니다. Retreat이 그런 뜻을 담고 있지 싶습니다. 일학년부터 사학년까지 전체 약 천명의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강의실로부터 벗어나 함께 어우러지며 영성을 다듬어가는 기회로 삼았던 것입니다. 딱딱한 분위기의 강의가 아니라, 교수님과 무릎을 맞대고 둘러 앉아 나누던 대화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오늘부터 수요일 오후까지 엠마오 캠프 11기에 디사이플 열여섯 분과 서번트(디사이플 수료자) 세 분이 참여하십니다. 제가 탬파에 내려와서 보니, 정말 귀한 영성 프로그램이 가까운 Bradenton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소개한 이후로 이미 네 기수에 여러 분이 참여하셨습니다. 디사이플로 다녀오신 분들은 다음에 참여하는 분들을 위해서, 경험한 내용을 밝히지 않는 운영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분들은 무슨 이상한(?) 집회에 다녀온 것은 아닌가 싶어 가기를 주저하는 분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그 흔한 셀폰도 사용할 수가 없고, 삼박 사일 동안 연락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캠프를 진행하게 됩니다. 가두어 놓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하나님께 집중하기 위함입니다. 사실 우리는 분주함 속에 살아가면서, 정보와 관계의 홍수 속에 파묻혀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하나님과의 관계는 소홀할 때가 많습니다.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면서, 정작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를 붙잡지 못하고 그저 바쁘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종종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사 쉬시거나 기도하시곤 했습니다 (막 6:32; 눅 5:16; 막 1:35; 막 6:31; 눅 4:42; 막 1:45).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고 했던 시편의 기자처럼, 우리도 일상의 분주함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엠마오 캠프에 참여하는 11기 디사이플과 섬기는 서번트를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한적한 곳으로 물러가 은혜에 푹 잠길 수 있도록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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